한국형 PI 롤모델, 백종원

한국형 PI 롤모델, 백종원
CEO 이미지는 회사의 철학이나 비전과 일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글 우설리 이미지 제너레이션 공동대표 (02-3444-0091, www.igeneration.co.kr)

백종원은 방송에서 완벽한 PI(Personal Identity)를 보여 준다. PI는 개인의 정체성 혹은 개인 이미지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좀 더 깊게 보면 President Identity, 즉 기업이나 국가 총수의 이미지를 말한다. 회사의 철학이나 비전을 나타내는 CI와 회사를 이끌어 가는 CEO의 이미지가 일치하는 것을 가장 바람직한 PI의 형태로 본다.
백종원은 '요리의 대중화'라는 기업 목표가 백종원 개인 이미지와 '대중화'에 정확히 일치하는 PI의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더바디샵의 창시자 아니타 로딕을 PI의 롤모델로 꼽곤 하는데, 더바디샵이 추구하는 친환경 철학이 동물 실험을 반대하고 환경 운동에 적극적인 아니타 로딕의 삶과 닮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국형 PI의 롤모델로 백종원을 꼽는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은 인터넷 방송을 지상파 방송에 끌어들인 신개념 TV 프로그램으로 진행자와 시청자의 소통과 공감이 가장 주요한 포인트다. 백종원은 요리를 하는 중에 실시간으로 댓글을 살피며 대답하는데, 다양한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답하는 전문성을 보이는 한편 '사과하세요' '뒤에 귀신 있어요' 등 시답잖은 의견까지 존중하는 태도로 팬층을 넓혀 갔다. 딱딱하고 일방적인 설명이나 패널과의 문답 형식이 아닌 시청자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대중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요리 철학도 그의 화법과 맥락을 같이한다. 어는 평론가의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맛'이라는 비판에도 "자전거를 보급화하는 것처럼 요리도 보급화하고 싶을 뿐이다. 세발자전거로 시작해서 두 발 자전거, 산악 자전거, 사이클도 타 보시기 바란다"라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요리 철학과 소통에 집중하는 대화법은 모두 평범, 친숙 대중화로 귀결된다.

시그너처 이이템 활용
그의 시그너처 아이템은 모 브랜드의 '중식 칼'이다. 어떤 요리를 하든 같은 칼을 꺼낸다. 그에게 칼은 CI를 대변해 늘 한결같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에 세련되진 않지만 무게감 있는 사람으로 그를 이미지화했다. 백종원이 방송에서 사용하는 도구 역시 그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대부분 일반 가정이나 캠핑장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기존의 요리 프로그램에서 깔끔한 접시에 계량컵과 스푼, 갖은 양념이 담긴 작고 예쁜 그릇을 세팅한 것과 다르다. 그는 종이컵으로 계량하고 계량스푼 대신 밥숟가락을 사용한다. '팍팍' '파~악'으로 양을 짐작하는 등 보는 이가 따라 하고 싶게 만드는 '쉽게 다가가는 요리'를 연출해 낸다.

말투, 외모, 표현 방식
백종원이 트위터에 "칼질 못 해도 괜찮아유, 채칼 쓰면 되유. 민트 없어도 괜찮아유, 깻잎 넣으면 돼유..."라고 올린 글이 8800여 건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툭툭 내뱉는 말투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 통통한 몸매에 뽀글 머리 백종원은 요리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줄 뿐 아니라 위로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경청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소통 방식이 백종원을 '편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탤런트 소유진의 남편으로 불렸던 이전과 달리 지금은 백종원을 기준으로 그의 가족이 언급된다. 사람들은 쉽고 재미있게 요리하는 소통의 달인이 어느 외식 업체를 운영하는지 관심을 갖게 됐다. 이것이 바로 기업의 대표 이미지, PI의 힘이다.

| KTX Magazine, AUGUST 2015.
| 내용이 맘에 들어서 그대로 가져왔어요. 저는 이런 수준 있는 글쓰기를 못합니다.